2008년 05월 13일
기나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생각도 많아지고 울화도 생겼다.


순수하게 낙서장과 같은 내용. 울화가 가득차서 며칠만에 인터넷에 들어왔다. 너무 화가 나서 손이 덜덜 떨린다. 지금 또 서로에게 상처주고 말았다. 나는 울화를 풀기 위해 인터넷으로 도피했고 그녀는 또 이런 내 행동에 속상해서 울고 있을거다. 지난 금요일부터 시작된 오랜 여행의 결과. 즉흥적으로 진행했고 무대책이 사람을 잡았다.

길바닥에 돈을 뿌렸고 비싼 서울 물가를 톡톡히 체험했다. 7만원짜리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끊어놓고 야간개장 거의 마지막에 들어가서 청룡열차 하나 타고 에버랜드에서 나오는 대인배 짓도 했고 서울에서 잘 곳도 없어서 잠깐 눈이라도 붙이기 위해 거금을 주고 모텔에서 잠만 잠깐 자고 나왔다.(아무리 비싸도 그정도는 아닐 줄 알았다.) 

서울 물가는 더럽게 비쌌고 가난뱅이 연인인 우리들은 피같은 돈이 지출될 때마다 피눈물을 흘렸다. 내가 잠깐 인터넷에 들어와서 블로그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하고 대충 글을 올린 것도 바로 그 모텔에서 정말 잠깐 인터넷을 쓴 것이었다. 내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그 돈의 대부분을 바로 돈도 없는 그녀가 몽땅 다 지불했다는 것.

더구나 우리의 목적을 속이기 위해 부모님께 거짓말도 했다. 길바닥에 돈을 뿌리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부모님에게 병원간다고 속였다. 지금 정말 미칠 것 같다. 우리 불화의 근원은 서로를 전혀 이해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있다고 서로가 똑 같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누가 내 뜻을 꺾는 것을 싫어한다. 그녀 역시 누가 그녀의 뜻을 꺾는 것을 싫어한다. 여행에서 얻은 것은 사서 한 고생뿐이다. 지금 그녀의 다리는 멍투성이고 내 다리는 퉁퉁 부웠다. 결혼식 복장으로 며칠간을 돌아다녔으니 누가보면 우리 둘이 결혼식 막 마치고 신혼여행 온 줄 알았을 거다.

그 짧은 여행기간에 쓴 돈이면 노트북 하나를 살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기간 내내 그녀는 나를 염라대왕이 아닌 염려대왕이라고 놀려댔고 나는 그녀에게 선덕여왕의 뒤를 잇는 변덕여왕이라고 응수했다. 정치공학의 리스크 컨설턴트인 내가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인데 염려대왕이라고 불러봤자 그걸로는 하나도 상처 안받는다.

이제 프리랜서 글쟁이도 싫증난다. 나는 돈도 없고 그리고 안정된 직장도 없는만큼 예전부터 아는 형이 자신의 만화방을 인수하라는 제의에 대해서도 이젠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내가 안하면 땡처리 업자 불러서 가게 정리하겠다고 했으니깐. 우선 필요한 건 보증금 3000만원과 땡처리 업자가 낼 견적만큼의 인수비용이다.

월세 100만원이야 가게 운영수입으로 대신하면 되고 월 1000만원의 수입에 기타비용을 제외하면 월 500만원은 순수입으로 남는다고 하니 그거면 안정된 수입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운영이야 알바 쓰면 될 것이고. 문제는 돈인데 이건 정말 부모님께 진지하게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먼저 만화방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부모님의 시각에선 정말 한심할 것이고 누구에게 말하기도 참 난감한 직업 아닌가? 더구나 그녀쪽 입장에서도 아무리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내가 딸가진 부모라고 해도 4급 국회 보좌관이나 청와대 행정관 같은 뽀대나는 직업을 가진 남자라면 내 딸을 맡기더라도 안심이겠지만 남자의 직업이 만화방 주인이라면 나라도 고개를 절로 흔들 것 같다. 한마디로 가오가 안산다.
 
우선은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결혼하기 위한 조건의 충족이다. 바로 제대로 된 나만의 집과 안정된 수입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정수입일 것이다. 자존심도 세서 낮은 지위와 싼 조건으로 일하긴 싫고 그렇다고 안정된 수입이 없는 부나방 같은 신분도 싫다. 말이 프리랜서 글쟁이고 리스크 컨설턴트지 고정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건 일본의 프리터도 아니고 한마디로 백수 아닌가?

사람이 자신과 여유를 잃어버리면 그 사람이 아니게 된다. 나는 그렇게 될 마음도 없고 그렇게 될 생각도 없으며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다. 우선은 나부터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살아남아야겠다. 생존권이란 문제가 지금 눈 앞에 있는데 내가 사랑을 놓치고 평생 후회하면서 살고 싶진 않다. 이번 여행기는 나중에 이 더러운 기분이 사라지면 천천히 써 볼 생각이다. 지금 이건 그냥 내 울화를 풀기 위한 낙서일 뿐이다. 지금 쓰면서 참담했던 기분이 좀 누그러지는 기분이다.

by 러브앤피스 | 2008/05/13 01:50 | 일상글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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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5/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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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5/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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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러브앤피스 at 2008/05/14 21:30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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