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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고 나온 후 주말도 아닌 평일에 된장스러운 하루를 보내기로 했어요. 원래 금요일은 주 4일제로 일하는 사람에겐 쉬는 날이지만 사표쓰고 나온 뒤의 금요일은 또 달라요. 그래서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종일 맛난거 잔뜩 먹고 사진 왕창 찍어서 싸이에 올려야지 마음먹고 디카도 챙겼어요.
이른 점심이라 그남자와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아점을 브런치로 바꾸면 뭔가 있어보이는 것을 알아요. 그남자와 그녀는 고급 스멜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대한민국의 된장남 된장녀들이 좋아할만한 비싼 곳에 가서 비싼 걸 실컷 먹었어요. 그런데 그남자와 그녀는 먹기전에 음식과 음식을 먹고있는 자신들을 디카로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말았어요. 젠장. 음식은 이미 다 먹었어요. 어쩔 수 없어요. 다시 시키기에는 둘 다 너무 배가 불러요. 오늘 싸이질은 망했어요. 물론 블로그질도 망했어요. 이제 그 곳을 나와 그남자와 그녀는 구두를 비롯해서 비싼 명품 쇼핑을 잔뜩 하려고 해요. 그런데 쇼핑도 쉽지가 않아요. 무려 3시간에 걸쳐 그녀는 맘에 드는 구두를 한 켤레 샀어요. 그리고 그남자는 무려 5분만에 맘에 드는 운동화 두 켤레를 샀어요. 그녀의 체력은 쇼핑할때만큼은 쌩쌩해요. 그녀는 이제 구두를 샀으니 옷과 가방을 사야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남자는 명품매장에서 소심하게 가방의 가격을 물어보고 점원들이 다 들을 수 있는 큰 목소리로 다음에 여기 올때 사주마 하고 말해요. 그리고 명품매장을 나온 다음에는 그녀에게 돈 많이 벌면 이 곳이 아니라 에르메스 버킨백으로 사주겠다고 큰소리를 쳐요. 그녀는 그런 그남자의 호언장담을 개구라 취급하며 면박을 주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살짝 흐뭇해해요. 된장커플의 된장스러운 하루는 9시간만에 이렇게 끝이 났어요. 그리고 그들은 오늘 저녁은 집에서 순두부 찌개를 먹기로 했어요. 그녀의 순두부 찌개는 예술이예요. 오늘 먹었던 그 어떤 된장스러운 음식보다 더 맛있어요. 역시 된장커플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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